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1 삶은 ‘레알’이다. ‘레알’에 충실하려면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일상의 악마는 소비와 부채다. 그 악마에게 낚이지 않으려면 생활의 전 과정에서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치밀하게 단호하게! 다행히 요즘엔 전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이 부상하는 중이다. 일본에선 필요 없는 물건을 없애고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0엔 생활의 추구’가 대세라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의 물질적 풍요에 질린 점도 크다. 솔직히 중산층 아파트를 장식하는 온갖 인테리어와 상품들 중에 꼭 필요한 것이 얼마나 될까? 또 그 물건들과 교감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긴 그 이전에 아파트 자체가 주거 공간이 아니라 거대한 상품이다. 거기에서 좋은 삶,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기는 애당초 글렀다. 그러니 그런 삶에 회의가 드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백수들은 이런 흐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런 시대에 소비 충동에 휩싸여 쓸데없는 물건을 ‘사대는’ 것은 정말 후진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비 충동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까.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면 부채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리고 소비와 부채의 망령만 떨쳐내도 두 발로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자립의 진수다. --- 1장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4. 밥벌이와 자존감-소비와 부채로부터의 해방 중에서 ‘길의 시대’의 여행은 이래서는 곤란하다. 먹고 찍고 긁는, 이 상투적인 리듬과는 모름지기 달라야 한다. 특히 백수는 더더욱 그렇다. 백수의 삶과 여행은 분리될 수 없다.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어디서건 텐트를 칠 수 있는 것이 백수의 특권 아닌가. 그렇다면 백수들은 본격적으로 여행의 지혜와 비전을 터득해야 한다. 연암은 그런 점에서 최고의 가이드다. 연암의 여행에는 늘 사람들이 함께했고, 사건과 이야기가 그치지 않았다. 연암은 언제 어디서나 사건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 창조된 사건을 맛깔 나는 스토리로 엮었다. 그 결과물이 『열하일기』다. 『열하일기』는 조선이 낳은 절대 기문이자 세계 최고의 여행기다. 『서유기』, 『돈키호테』, 『걸리버 여행기』 등 그 어떤 여행기와 비교해도 단연 독보적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 연암은 여행 내내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역관과 마주배 같은 동행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중원에서 만난 장사치, 거리의 행인, 도사, 지식인 등 그 누구에게도. 신분, 계급, 언어, 그 어떤 장벽도 그의 호기심을 가로막지 못했다. 만주족의 발흥지인 심양에선 비단 장수, 골동품 장수 들을 만나기 위해 야음을 틈타 숙소를 탈출하기도 한다. 가히 접선의 달인이다! --- 3장 ‘집’의 시대에서 ‘길’의 시대로 - 4. 먹방과 셀카를 넘어 - 여행의 기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