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별이 뜨지 않은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주용일 별밤, 아내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한다. 그녀도 처음에는 저 별들처럼 얼마나 신비롭고 빛나는 존재였던가. 오늘 저녁 아내는 내 등에 붙은 파리를 업어주고 자기는 업어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연애시절엔 아내를 많이도 업어주었다. 그때는 아내도 지금처럼 무겁지 않았다. 삶이 힘겨운 만큼 아내도 조금씩 무거워지며 나는 등에서 자꾸 아내를 내려놓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가을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내 마음속에서 뜨고 지던 별들이며 노래들을 생각한다.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이런 단어들이 내 가슴에서 떴다 사위어가는 동안 내 머리는 벗겨지고 나는 티끌처럼 작아졌다. 새들의 지저귐처럼 내 마음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노래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동안 내 영혼은 조금씩 은하수 저쪽으로 흘러갔다.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루지 못한 꿈들이며, 가엾고 지친 영혼이며, 닳아버린 목숨이며. 애초에는 없던 가족, 집과 자동차, 보험금, 명예 이런 것들이 별이 뜨고 지던, 노래가 생겨나던 마음을 채워버렸다. 별이 뜨지 않는 밤하늘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노래가 없는 생을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는데 그런 날들이 참 오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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