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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여행의 이유]
인간이 타인의 환대 없이 지구라는 행성을 여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낯선 곳에 도착한 여행자도 현지인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인류는 오랜 세월 서로를 적대하고 살육해왔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이들을 손님으로 맞아들이고, 그들에게 절실한 것들을 제공하고,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떠나보내오기도 했다.
거의 모든 문명에, 특히 이동이 잦은 유목민들에게는
손님을 잘 대접하라는 계율들이 남아 있다.
자기 의지를 가지고 낯선 곳에 도착해 몸의 온갖 감각을 열어 그것을 느끼는 경험.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상이 아닌 여행이 인생의 원점이 된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가 아니라 여행을 시작할 때 마음이 더 편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일 것이다.
이번 생은 떠돌면서 살 운명이라는 것. 귀환의 원점 같은 것은 없다는 것.
이제는 그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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